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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셔 진공관 튜너 KM-60
    튜너 2021. 12. 26. 16:37

    피셔 튜너 KM-60를 구해놓고 오버홀하는 재미에 한참 빠져있습니다.
    진공관 튜너를 언제든 하나쯤 들여놔야겠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마침 장터에 올라온 튜너는 샴페인골드 전면패널이 꽤나 빈티지하고 근사해 보였습니다.

    서브용 소스로 사용할것이라서 제일 저렴한 비인기 제품으로 골랐습니다만
    막상 받아 들고 보니 전면 패널만 제외하고 내/외부는 아주 지저분했습니다 ^^;
    포장 뜯는것을 보던 마눌님이 벌레 나올것 같다고 질색합니다 ㅠㅜ

    막상 전기를 넣어보니 상태 좋다는 판매자의 말이 무색하게 수신상태가 엉망입니다.
    삐삐~ 고주파 잡음이 난무하고 치직~치직~대는것이 도대체 어느 구석이 수신이 좋다는 건지...
    그저 WD40을 마구 뿌려대서 기름 냄새만 진동하고...
    빈티지 특히 키트상품은 폭탄이 될 소지가 크다는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였습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부품이 잘못 조립된 곳이 있나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피셔 KM-60은 1964년에 키트 상품으로 출시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제작자의 솜씨에 따라 회로와 다르게 잘못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려했던대로 치명적인 부분에서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하판을 떼고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니 리미터코일의 단자 하나가 납땜이 되있지 않았고
    1st I/F단은 저항, 커패시터들이 완전히 잘못 연결되어 진공관이 작동될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핵심부품인 프론트엔드는 완성품으로 제공하는것이니 이 튜너를 조립한 제작자는 첫발부터 헛발질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수신이 된다는게 신기합니다. 2nd I/F로 버텼나 봅니다.
    문제의 부품들을 떼어내 제자리에 잡아준것만으로도 수신율이 급상승합니다.

    64년 65년 부품이 섞인걸 보니 이건 65년생인것 같습니다.
    태어날때부터 잘못 만들어져 60여년 세월동안 여러사람에게 구박받고 지내다 태평양을 건너 저한테까지 오게됐군요.

    모든 진공관은 진공관 테스터로 측정해서 전체 11개중 5개를 교체했습니다.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2개도 신품으로 교체해서 총7개를 교체했습니다.
    몇몇개는 측정값이 완전히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더군요.
    그래도 작동되는것 보면 진공관이 과연 헤드룸이 넓긴 넓은것 같습니다.

    모노는 깨끗한데 비해 스테레오는 잡음이 상당합니다.
    FM 스테레오 특유의 샤~~하는 화이트 노이즈에 더해 특히 고음부 갈라짐이 심합니다.
    스테레오 음상도 정확하지 않아서 때론 스테레인지 모노인지 헷갈리기 조차 합니다.

    서비스 매뉴얼에 따라 조정작업을 진행했습니다.
    MHz 단위의 높은 주파수라서 주변 환경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어떤 부분은 확실히 반응하고 어떤 부분은 긴가민가해서 조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몇번 조정을 반복하면서 깨달은것은 매뉴얼 절차대로만 수행하면 정확히 조정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것이었습니다.
    전압값을 읽어서 조정하는 방식인데 전압값이 수시로 춤추는데다 손을 가까이 대기만해도 영향을 받아 쉽지 않았습니다.
    조정후 오히려 상태가 안좋아지기도 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화면의 I/F파형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진폭이 가장 높아지는 지점으로 조정하니 훨씬 정밀하게 조정할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정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만족할만큼 수신이 향상되었습니다.
    보다 완벽히 조정하려면 스펙트럼 분석기도 필요하다는데 튜너만을 위해 장만하기엔 과한 기기입니다.

    MPX부의 19kHz 파일롯 신호 체배 회로는 오실로스코프로 측정해 보니 리사주 곡선이 엉망이었습니다.
    이는 정확히 38kHz를 만들어내지 못한 만큼 스테레오 출력도 정확히 만들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코일을 돌려서 리사주 곡선이 정확히 2:1가 되도록 맞춰놨습니다.

    청음 결과 특히 MPX 조정이 아주 극적인 성능향상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스테레오 음상이 정확히 맺혀지고 고음부 갈라짐도 말끔하게 해소되었습니다.
    프론트엔드와 I/F 조정으로 향상된 수신율은 스테레오 모드의 화이트노이즈를 대폭 감소시켰습니다.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튜너 들인김에 FM 스테레오에 대해 공부해 봤습니다.
    38kHz 반송파에 얹혀있는 L, R채널을 복조하는것이 MPX가 하는 일인데
    구체적으로는 다이오드를 스위칭하여 스테레오 정보를 읽어 들입니다.

    위 그림은 L,R 각각 0.5kHz, 1kHz 신호가 L+R 과 L-R 이 혼합된 상태를 시뮬레이션한 것인데
    다이오드가 38kHz로 교대로 스위칭하면서 L,R 신호를 읽어 들입니다.
    따라서 38kHz가 정확히 만들어져야 제대로된 스테레오 신호를 읽는것이 가능해 집니다.

    잘 조정된 튜너 소리는 CD 못지 않다는 말을 이번 기회로 제대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FM방송 재생대역폭은 30~15kHz 이지만 충분히 좋은 소리를 들려 줍니다.

    마지막으로 주요 커플링캡을 고품질 필름캡으로 교체했습니다.
    고주파영역을 다루는 기기다보니 온통 세라믹캡으로 도배 되있습니다.
    오디오출력 부분도 용량이 낮은 캡의 상당수는 세라믹캡이고 조금 높은것은 필름캡으로 보입니다.
    이런 캡들을 우수한 품질에 가격도 합리적인 WIMA MKP10급으로 교체했습니다.

    야기 안테나를 변형하여 전방향 안테나로 만든 제품을 구입해서 연결했습니다.
    전방향이란 광고가 무색하게 방향을 많이 타지만 저렴한 케이블 T형 안테나 보다 감도는 조금 더 높게 나옵니다.

    조정을 마치고난후 소리가 마음에 들어 자작나무로 옷을 입혀줬습니다.
    이제 다른 기기들과 어엿이 한 식구가 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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